급등락한 나스닥 지수로 잠 들기 어려웠던 밤이 지나갔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날이 펼쳐질지 두렵지만. 그래도 함께 가보시죠. 딥다이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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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들어가기; 캐나다의 트럼프 관세 대처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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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9일 오타와에 있는 캐나다 국회의사당에서 팔을 들고 집회를 벌이는 트럼프 반대 시위대의 모습.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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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unge, plunge, plunge. 어제 외신기사에선 이 단어가 넘쳐났습니다. 아시아 주식시장에서 폭락장이 펼쳐졌기 때문이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핵폭탄이 세계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도대체 이 관세전쟁은 어디로 가는 걸까요. 출구는 있을까요. 우린 뭘 해야 하죠? 전례 없는 상황이라 다들 헤매고 있는데요. 우리보다 조금 먼저 이 상황을 겪은 나라가 있죠. 바로 트럼프 관세를 가장 일찍 얻어맞은 캐나다입니다. 지난 2월 미국의 갑작스러운 25% 관세 부과 발표로 휘청거렸던 캐나다. 이후 두 달 동안 놀라운 애국주의 물결과 함께 해답을 조금씩 찾아 나가고 있는데요. 캐나다의 트럼프 관세 대응을 들여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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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보우즈 업(Elbows Up)!”
최근 캐나다 시위대가 가장 많이 외치는 구호입니다. 캐나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정치인 연설에서도, 코미디프로그램 ‘SNL’에서도 이 구호가 등장했죠. ‘팔꿈치를 위로!’라는 뜻인데요.
팔꿈치를 치켜드는 건 전설적인 캐나다 아이스하키 선수 고디 하우(1928~2016년)가 즐겨 쓴 방어법이었죠. 상대편이 몰려오면 팔을 높이 들어 올려 막은 뒤, 기회를 봐서 뒤통수(때론 얼굴)을 팔꿈치로 찍었습니다. 즉 ‘엘보우즈 업’엔 이런 뜻이 담겨있습니다. ‘우리가 먼저 공격하진 않아. 하지만 건드리면 날려버리겠어.’
친절하기로 유명한 캐나다인치곤 과격한 구호입니다. 누구를 향한 경고인지는 아시겠죠.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입니다.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 25% 관세 폭탄을 날리고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캐나다를 조롱하는 이웃 나라 대통령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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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엘보우즈 업'은 캐나다의 결집을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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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일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를 멕시코·중국과 함께 첫 번째 관세 부과 대상국으로 콕 찍었죠. 이후 유예기간을 거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을 준수하지 않은 캐나다산 제품과 알루미늄·철강·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데요.
이에 캐나다가 보인 첫 반응은 무엇보다 배신감이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 믿었던 나라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았으니까요. 당시 캐나다 정부는 즉시 보복 관세를 발표했고요. 동시에 국민에게 호소합니다. ‘캐나다산을 사라(Buy Canadian)’고요.
대대적인 애국 소비 물결이 일어납니다. 마트 선반에서 미국산 위스키·와인이 사라지고요(버드와이저 맥주는 캐나다 제조라서 살아남음). 진짜 캐나다산 제품 정보를 공유하는 페이스북 그룹, 제품 사진을 올리면 얼마만큼이 캐나다산인지를 확인하는 모바일앱까지 여러 개 생겨납니다. 캐나다인들은 미국 여행을 취소하고, 넷플릭스·아마존 구독을 끊고, 콜라 대신 아이스티를 마시기 시작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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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위스키가 치워진 마트 선반에 '캐나다산을 대신 사라'는 문구가 놓여져 있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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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추세가 오래 갈 수 있을까요. 사실 캐나다 내에서도 다소 회의적이었습니다. 캐나다산이 대체로 더 비싸니까요. 그런데 애국 소비 열풍이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중입니다. 그로 인한 변화도 조금씩 감지되는데요.
최근 로이터는 캐나다 유통업체와 거래가 뚝 끊긴 미국 기저귀 제조업체 소식을 전했죠. 해당 기업 CEO는 “예상치 못한 역풍”이라며 당황합니다. 대신 유일한 캐나다산 기저귀 브랜드 어빙퍼스널케어는 주간 배송량이 4배로 급증했다죠. 캘리포니아의 감귤류 수출업체, 콤부차 브랜드도 캐나다발 주문이 대거 취소되고 있다며 울상입니다.
특히 미국으로 여행 오는 캐나다인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캐나다 통계국에 따르면 2월 한 달간 자동차로 미국을 방문한 캐나다인 수(120만명)는 1년 전보다 23%나 감소했는데요. 미국여행협회는 캐나다 관광객이 10%만 줄어도 미국의 연간 관광 수입 21억 달러, 일자리 1만4000개가 사라진다고 경고한 바 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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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무엇이 현재 캐나다가 직면한 가장 큰 이슈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 38%가 트럼프 관세를 꼽았다. 인플레이션, 집값, 의료보다 훨씬 더 큰 문제로 보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Leger 보고서 인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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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인들은 배신감에 분노하고, 애국심으로 단결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로브앤메일 칼럼니스트는 이렇게 썼습니다. “땡큐, 트럼프 대통령: 당신은 캐나다를 통합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민족주의적 각성만으론 부족합니다. 미국 경제에 비해 캐나다는 너무 작습니다. 맞서 싸운다 한들 어차피 대단한 타격을 입힐 순 없고요. 무엇보다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 캐나다 경제부터 구해야 합니다.
수치상으로 캐나다는 맞은 만큼 돌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산 제품 총 298억 달러어치에 25% 보복관세를 부과했으니까요. 하지만 두 나라는 덩치 차이가 워낙 크죠(미국 GDP는 캐나다의 13배). 똑같이 펀치를 한 대씩 주고받으면 캐나다가 훨씬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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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미국 워싱턴주로 넘어가는 국경 지역의 모습.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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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캐나다 고용 지표는 이런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냈는데요. 3월 한 달 동안 3만3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고 합니다. 2022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죠. 트럼프 관세 위협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기업들이 고용을 피하고 있단 분석인데요. CIBC 이코노미스트 앤드류 그랜텀은 “캐나다 노동시장의 바퀴가 빠지기 시작했을지 모른다”고 우려합니다. 캐나다 은행의 티프 맥클럼 총재 역시 미국 관세가 “불확실성만으로도 이미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하고요.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은 3월에도 신규 채용이 22만8000명이나 늘어나는 ‘고용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라도 트럼프 대통령에 좀 더 매달려서 배려를 얻어내려 안간힘 써야 할까요. 물론 캐나다도 미국과의 소통(양국 정상 간의 통화 등)을 이어가곤 있는데요. 지난 두 달 동안 위기를 겪으면서 캐나다가 깨달은 건 이겁니다.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거죠. 트럼프 대통령에겐 관세가 한낱 협상 수단이 아니라, 관세 자체가 목적이니까요.
그래서 지난달 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렇게 선언합니다. “경제통합을 심화시키고 긴밀한 안보와 군사협력을 기반으로 한 미국과의 오랜 관계는 끝났습니다. 우리는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극적으로 줄여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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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캐나다 수출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절대적인 고객입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캐나다 경제는 세계 최대 경제국과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안온함을 누려왔죠. 캐나다의 풍부한 석유·천연가스는 파이프라인을 타고 남쪽으로 흘러갔고요. 자동차 산업은 거의 한 몸처럼 통합돼 있었습니다. 자동차 부품 하나를 만들려면 국경을 7~8번씩 오갈 정도였죠.
미국과 같은 혁신이 없다, 투자가 부족하다, 인재가 빠져나간다, 규제가 심하다…. 캐나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단 경고는 수년 전부터 이어졌는데요. 그래도 이민 덕분에 꾸준히 GDP는 성장했습니다. 미국보다 뛰어난 복지와 상대적으로 평등한 경제구조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요. 무엇보다도 세계 최강국을 옆에 뒀으니 먹고살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죠.
그런데 너무 안이했던 걸까요. 어느덧 캐나다는 미국 없이 자립하기 어려운 경제구조가 되고 말았습니다. 캐나다 출신인 블랙베리 전 CEO 짐 발실리는 블룸버그에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캐나다) 경제 구조가 러시아와 너무 비슷하지 않나요? 우린 그보다 훨씬 큰 잠재력이 있습니다. 우리가 부가가치 낮은 산유국이 되어 다른 자원 몇 개와 농산물이나 팔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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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산 반려동물 사료 판매'라고 적힌 팻말. 신화통신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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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트럼프가 요란하게 관세 알람을 울렸고, 졸고 있던 캐나다 경제는 깨어났습니다. 이미 관세라는 불은 붙었고, 경제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 캐나다 정치권 움직임이 갑자기 급박해졌는데요.
그래서 캐나다는 분노하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했느냐. 우선, 경제 숙원사업 해결에 나섭니다. 바로 내부 무역장벽이죠.
캐나다는 10개 주와 3개 자치령으로 구성된 연방국가이죠. 지역 간 제각각인 규제가 효율성을 엄청나게 잡아먹는 구조였는데요. 예를 들어 퀘벡의 수제 양조장은 오타와 근처 레스토랑엔 맥주를 팔 수 없고요. 브리티시컬럼비아의 트럭 운전사는 특정 트럭을 밤에만 운전할 수 있지만, 앨버타에선 낮에만 운전해야 하는 식이었습니다. 오죽하면 이런 내부 무역장벽이 평균 관세 21%에 해당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을 정도였죠.
지역 산업을 보호에 급급한 주 정부 간 합의는 그동안은 요원했죠. 그런데 트럼프 관세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그 어렵던 합의가 이제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마크 카니 총리가 “7월 1일까지 캐나다 내 자유무역을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기로 각 지역 정부와 약속했다”고 밝힌 건데요. 그는 “이렇게 내부 무역장벽만 없애도 미국 관세 영향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니, 이 좋은 걸 왜 진작에 하지 않은 거죠?)
외교적으로 캐나다는 미국 대신 유럽과 한층 가까워지기로 합니다. 마크 카니 총리가 취임하자마자 첫 해외 순방지로 택한 건 프랑스와 영국이었죠. 그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캐나다는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은근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공격합니다. 아울러 “캐나다는 비유럽 국가 중 가장 유럽적인 국가”라는 발언까지. 가뜩이나 ‘캐나다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예사롭게 들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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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4일 취임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3월 17일 프랑스를 방문해 마크롱 대통령을 만났다. 미국과 멀어진 대신 유럽과 가까워지려는 움직임이다. 캐나다는 4월 28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하는데, 여당인 자유당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어서 마크 카니 총리가 계속 집권할 가능성이 크다. 지지율이 고꾸라졌던 캐나다 자유당을 기사회생 시킨 게 바로 트럼프 관세 위협이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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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촉진하는 데 방해되는 각종 세금은 없애고 있습니다. 주택 구매자에게 부과하던 세금을 폐지했고요.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자본이득세 인상안(50%→66.7%)도 취소합니다. “지금은 캐나다 경제를 건설할 때”라는 게 카니 총리가 밝힌 이유죠. 기업가, 투자자가 높은 세금을 피해 달아나지 않게 붙잡으려는 겁니다.
각성의 물결은 죽은 줄 알았던 프로젝트도 다시 되살릴 기세입니다. 캐나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석유 파이프라인 ‘에너지 이스트’ 건설 프로젝트가 그것인데요. 2017년 환경단체, 특히 퀘벡주 반대로 취소됐던 이 사업을 되살리자는 여론이 커집니다. 이젠 퀘벡에서조차 찬성 여론이 60%나 된다는데요. 현재 캐나다산 원유는 해안 항구로 가는 파이프라인이 매우 부족해서, 대부분이 미국에 싼값에 수출되거든요. 이 파이프라인이 건설되면 미국으로의 송유관은 잠그고, 대신 원유를 유조선에 싣고 대서양 너머로 수출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성장과 자립이란 키워드가 4월 28일 조기 총선을 앞둔 캐나다를 뒤덮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해도 지지율 급락으로 회생 불가로 보였던 여당 자유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 덕분에 다시 바람을 제대로 탔는데요. 누가 차기 총리가 되든 이제 캐나다 경제의 화두는 ‘관세 피하기’가 아니라 ‘관세 극복하기’가 될 겁니다. 애국적인 캐나다인들은 그 어려운 미션을 끝까지 달성할 수 있을까요. By.딥다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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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하키와 메이플시럽 말고는 하나로 묶는 것이 없던 나라. 캐나다 언론이 자조적으로 했던 표현입니다. 그만큼 애국심이나 단결과는 거리가 먼 나라였단 뜻인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이걸 완전히 바꿔놨죠. 관세 폭탄이 몰고 온 의외의 결과 아닌가 싶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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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때문에 우울증과 불면증에 걸릴 것만 같은 요즘입니다. 😥
딱히 대처할 방법이 없어 보여 무기력하기까지 한데요.
언제나 끝날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결국 지나가겠죠?
(트럼프 임기는 4년이니까요... 아, 설마 3선?!)
그래도 전 세계가 다같이 당하고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요? ㅋ
이 난리통의 끝에 희망이 있길 바라며.
저는 금요일에 다시 올게요. 안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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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한애란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3년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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