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로 딥다이브 정규레터가 15, 22일 쉽니다. 혹시나 그동안 심심하실까봐(?) 간단한 심심풀이용 레터를 하나 보내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딥다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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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쿠폰 신청률이 접수 18일 만에 95%를 돌파했다. 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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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싱가포르는 이미 국민에게 지급 중이고, 말레이시아는 8월 말부터 나눠줄 거고, 태국은 일부 주다가 중간에 멈췄습니다. 바로 국민에게 나눠주는 소비쿠폰 얘기인데요. 국민 1인당 돌아가는 금액은 나라마다 제각각이지만, 금액이 많네 적네, 사용처가 적네 어쩌네, 이런저런 불만이 터져 나오는 건 어디나 똑같죠. 오늘은 아시아에서 점점 더 퍼져나가는 소비쿠폰을 들여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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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 소비쿠폰, 잘 쓰고 계신가요. 요즘 이것 덕분에 동네 슈퍼마켓과 정육점 장사가 잘된다고 하죠. 확실히 소비 촉진 효과가 보이는 듯한데요.
우리나라는 소비쿠폰을 국민 1인당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지급해 주죠. 그런데 우리보다 한층 통 큰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싱가포르. 싱가포르는 7월 1일부터 21세 이상 모든 싱가포르 성인에게 600싱가포르달러(약 65만원), 60세 이상 고령층엔 800달러(약 86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 중입니다. 역시 부자나라(1인당 GDP 9만 달러)라 다르구나 싶은데요. 그런데 우리는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까지 다 주니까, 그 점에선 한국이 더 후한 것 같기도 하네요?
그럼, 싱가포르 정부는 이걸 왜 주냐. 올해가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이라 그 기념이라고 합니다. 국가가 일종의 환갑선물을 국민에게 돌린 거죠. 물론 세금으로요. ‘모든 싱가포르 국민의 공헌을 인정하고 국가 발전 성과를 공유한다’라는 취지라는데요(고령층은 공헌도가 더 높다고 보고 더 많이 지급). 이 소비쿠폰은 슈퍼마켓 체인을 포함한 지역 상점과 ‘호커’라고 부르는 야외 음식점에서 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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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싱가포르 독립 60주년을 기념해 화려한 불꽃놀이가 마리나베이 상공에 펼쳐졌다. 신화통신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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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너무 좋으니까 다들 얼른 신청할 거 같잖아요? 그런데 의외로 신청률이 아직 70%밖에 안 되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열흘 만에 90% 돌파했는데 말이죠.
왜 그런가 보니. 싱가포르는 이미 올해 1월, 5월에도 생활비를 지원한다며 소비쿠폰을 나눠줬더라고요. 1월엔 300싱가포르달러(32만원), 5월엔 500달러(54만원). 이땐 국민 개개인이 아니라 가구를 기준으로 지급하긴 했는데요. 아직 이전에 받아놓은 소비쿠폰도 남아있는데, 60주년 기념 쿠폰은 유효기간이 내년까지니까 천천히 받지 뭐. 이런 분위기인 겁니다.
당연히 ‘이렇게 소비쿠폰을 남발하다니, 너무 낭비 아니야?’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싱가포르 정부는 모든 상품·서비스 구입에 붙이는 소비세를 7%에서 9%로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2023년 7→8%, 2024년 8→9%). 고령화로 세수 부족이 우려된다는 게 소비세 인상의 이유였는데요. 세율 인상으로 더 걷은 세금으로 쿠폰을 뿌리다니, 조금 이상하죠.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요? 문제는 그 속에 숨은 차별입니다. 싱가포르는 거주자 중 외국인 비중이 30%나 되는 나라거든요. 소비세 인상으로 외국인들이 내는 세금은 당연히 늘었죠. 그런데 정작 소비쿠폰은 외국인한테는 안 줍니다. 이건 영주권자도 받을 수 없고, 오직 싱가포르 국적을 가진 국민에게만 주죠. 그러니 차별이란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아, 참고로 우리나라는 외국인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예를 들어 F5 비자를 가진 영주권자한테는 소비쿠폰을 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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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 나라도 소비쿠폰 때문에 떠들썩합니다. 바로 말레이시아. 얼마 전 말레이시아 안와르 총리가 8월 31일부터 18세 이상의 모든 말레이시아인에게 소비쿠폰을 주겠다고 특별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국민 여론이 싸늘합니다. 왜냐. 지급 금액이 고작 1인당 100링깃, 그러니까 3만2000원 정도인 거예요.
SNS에서 확인한 말레이시아 네티즌 반응 몇 가지를 전해드리자면.
“100이 뭐야 형. 1000이잖아.”
“이게 정말 중요한 발표인가요?”
“와, 알았어요. 발 마사지 최소 2시간이네요.”
“싱가포르는 약 2000링깃을 준다고요.”
이런 반응에 당황한 안와르 총리는 ‘100링깃도 가난한 사람들한테는 큰돈이니까 너무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입장을 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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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안와르 총리 사임촉구 집회에 참여한 말레이시아 젊은이들의 모습. 2022년 안와르 총리 집권 이후 처음 열린 대규모 집회였다. 안와르 총리는 시위가 열리기 사흘 전인 7월 23일 전 국민 100링깃 소비쿠폰 지급을 발표했다. 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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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레이시아 정부가 없는 예산을 쪼개면서까지 왜 굳이 소비쿠폰을 뿌릴까요. 최근 들어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어서죠. 얼마 전엔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는데요. 생활비, 특히 식품 가격이 크게 뛴 게 가장 큰 불만 사항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슈퍼마켓·식료품점에서 쓸 수 있는 소비쿠폰을 뿌려서 불만을 잠재우려는 거죠.
사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자취를 감추는 듯했던 현금 살포 정책을 가장 먼저 되살린 건 이 나라였죠. 태국. 현 집권당인 프아타이당은 2023년 총선에서 16세 이상 모든 국민에게 1만 바트(약 42만원)의 디지털 화폐를 지급한다는 화끈한 공약을 내걸었고요. 그 덕분에 가까스로 집권에 성공했는데요.
실제로 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1단계로 취약계층 1400만명, 올 1월 2단계로 60세 이상 고령자 300만명한테 1만 바트를 지급했어요. 그리고 원래는 16세부터 59세까지 국민에게도 올해 안에 지급하려고 예산까지 다 편성해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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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8일 , 태국 방콕에서 시위대가 파통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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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정부가 이걸 중단해 버렸어요. 취소는 아니고 연기한 거라고 주장하는데요. 정부는 연기 이유가 트럼프 관세 때문이라고 밝혔죠.
42만원을 곧 받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 돈으로 뭐 살지 미리 계획까지 다 세워났는데 갑자기 안 주겠다니. 당연히 국민들은 열 받죠. ‘매우 실망했다. 다시는 여당에 투표 안 한다’ 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현재 태국 총리는 캄보디아에 전화 잘못했다가 직무정지 당하고 쫓겨나게 생긴 상황이라, 어차피 더 떨어질 지지율도 별로 없어 보이긴 하지만요.
사실 태국의 이 정책은 애초에 설계 자체가 좀 잘못됐어요. 이게 다른 나라처럼 특정 가맹점에서만 쓸 수 있는 바우처 개념이 아니라 디지털 화폐, 즉 현금을 쏴주는 거거든요. 그럼, 그 돈으로 사람들이 뭘 할까요. 밥 사 먹고, 옷 사 입는 게 아니라, 그걸로 저축하거나 빚 갚는 데 쓰더라는 거예요. 돈이 돌지 않고 은행에 잠기는 거죠. 예산은 왕창 뿌렸지만, 기대했던 소비 촉진과 경제 활성화 효과로 이어지지 못한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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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의회에선 전 국민(미성년자 포함)에게 1인당 600달러(약 83만원)를 지급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어요. 공화당의 조시 홀리 상원의원이 내놓은 법안인데요. 이 600달러는 단순한 소비쿠폰은 아니고요. ‘관세 환급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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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7월 한달 동안 관세 수익으로 약 300억 달러를 징수했다. 1년 전보다 242% 급증한 규모다.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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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엄청나게 올리면서 미국의 관세 수입이 급증하고 있죠. 아마 올해 관세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무려 3000억 달러(약 414조원)에 달할 거란 추정이 나오는데요. 이걸 국민에게 골고루 나눠줘서 트럼프 관세의 혜택을 누리게 하자는 법안입니다. 물론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지는 두고 봐야 하는데요. 다른 나라는 트럼프 관세 때문에 지금 아우성인데, 미국에선 이걸로 파티를 하자는 분위기라니. 뭔가 씁쓸하기도 합니다. By.딥다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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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오늘 레터는 딥다이브 유튜브 영상 제작을 위해 썼던 원고를 뉴스레터로 만든 겁니다. 영상이든 레터든 제 입장에선 자료 찾고 글 쓰는 작업이란 건 결국 똑같긴 합니다. 앞으로도 영상용 원고이지만, 이건 텍스트로 전달해도 좋겠다 싶은 게 생기면 뉴스레터 구독자분들에게만 살짝 보내드릴게요. ^^
그럼 저는 8월 29일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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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한애란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3년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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