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마음이 바빠지는 금요일입니다. 얼른 가볼게요. 딥다이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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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디뮴 합금으로 만든 자석. 일반 자석보다 자력이 15배 강한 이 부품은 전기차 모터, 풍력터빈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MP머티리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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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관세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중국이 미국의 약한 고리를 건드렸죠.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발표한 건데요. 그러자 미국이 화들짝 놀랐습니다. 중국산 희토류 공급이 막히면 미국 제조업과 군수산업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어서이죠.
도대체 희토류는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한때 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했던 미국은 어쩌다 중국산 희토류에 절절매게 됐을까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그린란드·심해채굴 정책과 희토류의 상관관계는 뭘까요. 생각보다 희귀하진 않지만 생각보다 더 중요한 원소, 희토류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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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稀土類, Rare-earth). 네오디뮴, 프라세오디뮴, 디스프로슘 같은 이름을 가진 17가지 원소를 일컫는 말이죠. 이름과 달리 ‘흙’이 아니라 금속입니다.
희토류가 첨단기술의 핵심 소재란 얘기는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희토류 중 란타늄은 전기차·노트북의 배터리에 필요하고요.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은 전기차 모터나 풍력 터빈에 들어가는 강력한 자석의 재료입니다. 스칸듐·유로퓸은 LED 조명과 디스플레이에 필수적이고요. 애플 아이폰엔 0.24g, 테슬라 전기차 한대엔 520g, 미국 F-35 전투기 한 대엔 408㎏, 핵잠수함엔 무려 4.2t의 희토류가 사용된다고 하죠. 희토류 없이는 스마트폰·전기차·전투기·핵잠수함을 만들 수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4월 4일 중국 상무부가 7종의 희토류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출금지까진 아니지만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절차를 새로 만들었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날리자, 희토류를 무기화하며 맞대응한 건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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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는 원소번호에 따라 '경희토류'와 '중희토류'로 나뉜다. 이중 중희토류가 좀더 귀한 편. MP머티리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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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수출이 통제된 7종은 원자번호가 높은, 그래서 무거운 ‘중희토류’입니다. 비교적 흔한 경희토류(가벼운 희토류)와 달리 중희토류는 중국에서 집중적으로 생산됩니다. 전투기 엔진 터빈이 고열에 녹아내리지 않게 코팅하는 데 쓰이는 이트륨, 전기차 모터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자석이 고온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디스프로슘 등이 포함되는데요.
미국은 중희토류의 97%를 중국에 의존합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허가를 내주질 않아서, 현재 중국산 희토류 자석 수출은 차단된 상태이죠. 만약 중국 정부가 미국으로의 수출을 계속 막아버린다면? 재고가 소진되는 몇달 뒤엔 미국 제조업체, 군수업체가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할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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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보고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겁니다. 아니, 미국은 땅도 넓은데 희토류가 없나? 미국 땅에서 희토류 캐내서 쓰면 되지 않나?
네, 맞습니다. 미국에 희토류 있습니다. 중국(4400만t)만큼 매장량이 많진 않지만 그래도 제법 됩니다(190만t). 전 세계가 4-5년은 써도 충분할 양이죠.
미국엔 유서 깊은 희토류 광산이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모하비사막에 있는 ‘마운틴패스’ 광산은 1950년대부터 희토류를 생산했고요. 한땐(1965~1995년) 전 세계 최대 희토류 생산지였습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이 시장을 거의 지배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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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현재 중국에 이어 희토류 생산량 2위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미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을 지배했지만, 중국이 희토류 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완전히 중국 중심으로 재편된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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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주인이 여러번 바뀐 끝에 지금은 MP 머티리얼스라는 기업이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희토류를 채굴 중인데요. 지난해 희토류 산화물 생산량(4만5455t) 기준으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12% 정도 됩니다. 중국 빼고는 가장 높은 거죠. 참고로 MP 머티리얼스는 최근의 미중 관세전쟁 덕분에 주가가 급등세를 보이는 중입니다.
아니, 그럼 미국은 뭐가 걱정이냐고요? 희토류를 진짜 ‘희귀’하게 만드는 건 채굴이 아닙니다. 희토류는 사실 꽤 흔한 원소입니다. 중국·미국 말고도 베트남·브라질·러시아 등 지구 곳곳에서 쉽게 발견되니까요. 진짜 어렵고 복잡한 건 채굴된 원석에서 희토류 원소를 분리·정제하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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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토류는 암석에 뭉쳐있어서 처리하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희토류 원소 17가지는 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해서요. 웬만해선 잘 분리가 되지 않는데요. 그래서 상당히 여러 단계의 화학반응을 거쳐야만 단일 원소로 분리할 수가 있습니다. 그만큼 과정이 복잡하고 설비비용이 많이 든단 뜻이죠.
또 희토류 광석엔 토륨·우라늄 같은 방사성 원소가 포함돼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걸 정제하는 과정에서 방사성 폐기물이 대량 발생할 수 있습니다. 희토류 1t을 추출하는 데 1t이 넘는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한다는 과거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이죠.
바로 그게 미국에서 채굴된 희토류 광석이 정제를 위해 중국으로 보내졌던 이유입니다. 정제 과정이 더럽고 복잡한데, 그렇다고 희토류가 금이나 은처럼 그렇게 비싼 금속도 아니니까 돈도 별로 되지가 않잖아요. 그러니 이를 중국에 떠넘겨 버렸던 겁니다.
중국은 환경규제가 느슨한 데다, 저렴한 전기와 노동력 덕분에 비용도 최소화하니까 저렴한 희토류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고요. 그 결과 이제 전 세계 희토류 정제의 85%를 중국이 맡고 있습니다.
그래서 몇년 전만 해도 미국엔 아예 이런 처리시설이 없습니다. 미국 국방부는 뒤늦게서야 군사적으로 중요한 희토류의 국내생산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2023년 MP머티리얼스가 국방부 지원을 받아 희토류 정제시설을 구축했는데요. 아직 처리 용량이 턱없이 부족해, 여전히 상당량 광석을 중국으로 보내서 처리해야 합니다.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그레이스 바스카란 소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우리는 이게 전략적 취약점이란 걸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희토류 중간처리 과정을 구축하는 데는 자본이 너무 많이 필요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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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MP머티리얼스가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에서 운영하는 희토류 정제시설. 폐쇄루프 시스템을 이용해 폐수를 방출하지 않는 친환경적 시설이라고 설명한다. 2002년 마운틴패스 광산은 유독성 폐기물 유출로 인해 한동안 광산이 폐쇄되기도 했었다. MP머티리얼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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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중국은 정제·제련된 희토류를 이용한 영구자석 생산에서도 9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차지하죠. 원석 채굴→분리·정제→금속 제련 →최종재(자석) 생산까지. 완전한 생태계를 구축한 건데요.
이에 비해 미국은 희토류 자석을 상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아직 없습니다. MP머티리얼스가 올해 안에 텍사스에서 희토류 자석의 상업 생산을 시작한단 계획이긴 한데요. 뉴욕타임스는 이 공장이 “최대 속도로 가동되더라도 연간 생산량은 중국 하루 생산량에 해당할 뿐”이라고 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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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
1992년 덩샤오핑 중국 주석이 한 이 말은 한때 중국인들을 흥분시켰습니다. 산유국들이 석유를 파내 부자나라가 됐듯이, 중국도 이제 희토류를 캐내서 부유해질 거란 기대감 때문이었죠. 시골 주민들이 앞다퉈 희토류 광산 개발에 뛰어들어 땅을 팠고요. 중국 엔지니어들은 수십 년 동안 매달려 희토류 정제를 위한 용매 추출 기술을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희토류 산업이 번창한 덕분에 다들 부자가 됐을까요? 아니요. 대신 희토류 값이 그야말로 흙값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공급과잉으로 중국 수출업체 간 가격경쟁이 과열됐기 때문이죠. 동시에 불법 채굴로 인한 환경문제도 심각했습니다.
수입국만 좋은 일 시키는 셈이었습니다. 이 무질서를 손보겠다며 중국 정부가 칼을 빼든 게 2010년. 갑자기 희토류 수출 할당량을 40%나 감축해 세계 시장을 흔들었고요. 일본이 영토분쟁 수역에서 중국어선 선장을 억류하자, 희토류 일본 수출을 일시 중단해 버렸습니다. 당시 일본 제조업체는 패닉에 빠졌고요. 일본은 중국인 선장을 2주 만에 석방하며 굴복합니다. ‘중국의 희토류 없이는 일본의 첨단기술도 소용없게 되는구나’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일깨워준 사건이었는데요.
사실 이 당시 수출통제는 경제적으론 그리 큰 효과를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밀수가 워낙 많다보니 통제가 다 뚫렸기 때문이었죠. 반짝 올랐던 희토류 값은 곧 다시 곤두박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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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시성 희토류 광산의 모습. AP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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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 정부는 2010년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희토류 산업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나섭니다. 비록 희토류가 중국을 부자 나라로 만들어주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OPEC(석유수출국기구)처럼 ‘자원 무기화’에 나설 칼자루를 쥐여준 건 확인했으니까요.
중국은 우선 난립한 희토류 민영 광산들을 통합해 국유화합니다. 처음에는 6개의 대형 국유기업으로, 최근엔 4개의 국유기업으로 통합했죠. 2023년엔 희토류 가공과 자석 제조 기술의 수출을 금지시켜 버립니다. 지난해엔 ‘희토류 자원 국유화’를 선언했고요(민간의 침해 금지). 모든 희토류 제품 흐름이 추적되는 시스템도 갖춥니다. 누구도 정부의 감시망을 피해갈 수 없게 한 거죠. 이젠 중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희토류 수출을 쥐락펴락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폭탄을 날리자, 중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 비장의 카드를 내밀었죠. 미국으로서는 제대로 한방 얻어맞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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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희토류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를 모르지 않습니다. 아니, 너무 잘 알고 있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 우크라이나와 광물 협정을 맺겠다, 이런 얘기 했던 거 기억하시죠. 처음엔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인가 싶었는데요. 이게 다 두 지역에 묻혀있는 희토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린란드는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같은 희토류 매장량(150만t)이 미국 본토에 버금가고요. 우크라이나 역시 구체적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희토류 매장지가 있거든요.
하지만 솔직히 그린란드든 우크라이나든 미국의 접근이 그리 쉬울 리는 없죠.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또다른 희토류의 보고로 눈을 돌렸습니다. 태평양 바닷속이죠.
파이낸셜타임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태평양 해저에서 발견되는 망간단괴를 비축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 초안을 마련 중이라는데요. 바다 밑바닥에 감자처럼 콕콕 박혀있는 망간단괴는 구리·니켈·코발트와 함께 희토류가 함유된 ‘바다의 노다지’이죠. 이걸 캐내서 정부가 쌓아두겠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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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클라리온 클리퍼턴 해역 바닥에 감자 모양 망간단괴가 박혀있는 모습. 이렇게 5~10cm으로 자라는 데 수백만년이 걸린다. GEOMAR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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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광물자원 확보에 좋은 방법이겠다고요?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 안이면 모를까, 그 밖의 지역은 국제해저기구(ISA) 관할입니다. 거기서 심해채굴을 하려면 엄연히 국제법에 따라 ISA의 승인을 받아야 하죠. 트럼프 행정부는 국제법 따윈 무시하고, ISA 승인도 없이 심해 채굴을 하려는 걸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건 우리에게도 큰일입니다. 왜?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ISA 회원국은 수십년 동안 상당한 돈과 노력을 태평양 바닷속 자원 탐사에 들여왔고요. ISA가 상업적 심해채굴을 승인하길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왔거든요(딥다이브 심해채굴 편 참고).
그런데 ISA에 가입도 안 한 미국이 룰을 싹 무시하고 새치기할 기세인 겁니다. 아니,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아니잖아요. 이 무역 전쟁의 유탄이 엉뚱한 데까지 튀고 있습니다. 이 혼란은 과연 언제 어떻게 진정될까요. By.딥다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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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안 되지만 무기는 되는 희토류. 15년 만에 또다시 희토류가 국제 이슈의 중심이 됐습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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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희토류가 꽤 많은 양 묻혀있다는 거 아시나요?
다만 경제성이 너무 떨어져서, 채굴할 가치는 전혀 없다는군요.
(대신 북한은 매장량이 꽤 많다고 합니다.)
희토류 무기화, 이거 우리도 신경 써야 할 이슈입니다.
오늘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다음주에 다시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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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한애란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3년차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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