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어요. 제발 전 세계에 평화를 기원하며. 오늘도 딥다이브 하겠습니다! 🔎 |
|
|
넷플릭스는 점점 'TV 방송화' 되고 있다. AP 뉴시스 |
|
|
혹시 넷플릭스 구독하시나요? 전 세계 구독자 수 3억명을 이미 돌파했건만 넷플릭스는 여전히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데요. 요즘엔 집에 TV가 있어도 방송 채널이 아니라 넷플릭스나 유튜브만 본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죠.
혹시 이러다가 언젠가는 MBC나 SBS 같은 지상파 방송도 넷플릭스로 아예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닐까요? 설마라고 하기엔 이미 시작된 흐름입니다. 최근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이 모든 채널의 실시간 방송을 넷플릭스에 제공하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TV 방송의 시대가 이렇게 저무는 건가 싶은 역사적인 계약인데요. TV가 된 넷플릭스를 딥다이브 해보겠습니다. |
|
|
“TV 방송은 아마 2030년까지만 지속될 겁니다. TV 방송은 말과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은 자동차가 등장하기 전까진 훌륭했죠.”
2014년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가 했던 말입니다. 왜 2030년인지에 대한 근거는 딱히 없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조금 과장된 미래 예측처럼 보였는데요.
그리고 2025년. 헤이스팅스가 얘기했던 말과 자동차의 순간인가 싶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6월 18일 넷플릭스가 프랑스 최대 민간 방송사 TF1 그룹의 5개 실시간 채널을 2026년 여름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서비스하는 계약을 맺은 겁니다. 드라마, 예능은 물론 스포츠 생중계와 뉴스까지. TF1 그룹의 모든 방송(광고 포함)을 실시간으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거죠. 다시보기도 함께요. |
|
|
프랑스 최대 민영 방송국 TF1의 인기 드라마 브로셀리앙드의 이미지. 2026년 여름부터 TF1의 5개 채널을 통해 방송되는 모든 실시간 방송(스포츠 중계 포함)을 넷플릭스에서 그대로 볼 수 있게 된다. TF1 홈페이지 |
|
|
사실상 방송국이 통째로 넷플릭스에 입점하는 셈인데요. 이런 형태의 계약은 세계 최초라고 합니다. TF1의 로돌프 벨머 최고경영자는 이를 두고 “진정으로 보완적인” 파트너십이라고 강조합니다. 넷플릭스는 새로운 라이브 콘텐츠를 얻고, TF1은 더 많은 시청자를 얻게 되니 윈윈이란 주장이죠.
양측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TF1 방송을 보는 사람이 얼마냐에 따라 방송 광고 수익을 나눌 걸로 추정되는데요. TF1 측은 이번 계약으로 자사 프로그램을 실시간으로 보는 시청자수가 크게 늘어날 거고, 그럼 그만큼 더 많은 광고가 붙어서 수익이 늘어날 거라고 기대합니다. 프랑스에서 넷플릭스 구독자 수는 이미 1200만명이 넘으니까요. "이 거래가 시청률 측면에서 우리에게 분명히 긍정적일 겁니다."(로돌프 벨머 TF1 CEO)
하지만 궁금합니다. TF1의 실시간 방송이 전부 넷플릭스에 들어간다면, TF1의 본래 채널은 더욱 황폐해지는 건 아닐까요? 만약 자체 채널이 확 쪼그라들고 넷플릭스 의존도가 커진다면, 그래도 여전히 윈윈인 걸까요? 이 거래는 넷플릭스가 방송사를 삼킨 걸까요, 아니면 방송사가 넷플릭스에 깃발을 꽂은 걸까요. |
|
|
비디오 대여 서비스로 출발해 스트리밍 시대를 연 넷플릭스. 2011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어 업계를 놀라게 했죠. 당시 다들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큰 도박”이라고 평가했는데요. 2013년 공개된 정치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기대를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고요. 이를 계기로 넷플릭스는 위상이 달라집니다. 이후 거액의 제작비를 들인, 다양한 문화권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는 넷플릭스 확장 전략의 핵심 축이었는데요.
여전히 ‘오징어게임 시즌3’ 같은 대작 드라마 제작은 이어집니다. 새로운 기대작이 공개될 때마다 구독자수 추이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도 여전하죠. 하지만 이전엔 없던 게 새로운 흐름이 눈에 띕니다.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사의 오랜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죠. 대표적인 게 스포츠 중계입니다. |
|
|
마이크 타이슨이 2024년 11월 14일 제이크 폴과의 경기를 앞두고 체중 측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이날 경기는 전 세계에서 최대 6500만명이 동시 시청하는 기록을 썼다. AP 뉴시스 |
|
|
지난해 11월 넷플릭스가 마이크 타이슨과 제이크 폴이 맞붙은 초대형 복싱 이벤트를 생중계했죠. 비록 중계는 잦은 버퍼링으로 팬들을 짜증 나게 만들긴 했지만, 전 세계 최대 6500만명 동시 시청(총 라이브 시청자 수 1억800만명)이란 놀라운 기록을 썼습니다. 넷플릭스 브랜든 리그 부사장은 “시청자 수는 우리가 상상한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고 감탄했죠.
이어진 넷플릭스의 NFL 크리스마스 경기 독점 생중계 역시 최대 동시 시청자 수 2700만명을 찍었죠. 참고로 넷플릭스는 NFL 한 경기당 중계료로 7500만 달러(약 1032억원)를 지불했다는데요. 엄청난 금액이지만 ‘기묘한이야기 시즌4’(총 9부작) 편당 제작비가 3000만 달러(413억원)였다는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놀랍진 않죠. 경기 중간에 들어가는 광고가 완판됐으니, 넷플릭스가 얻은 광고수익도 상당했을 거고요.
올해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 부문에서 큰 도약을 이뤘습니다. 1월부터 넷플릭스에서 WWE 프로레슬링 경기의 생중계가 시작됐죠. 10년 계약 금액은 50억 달러(약 6조9000억원). 넷플릭스 측은 “그동안 제작한 대형 영화 투자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합리적인 투자라고 설명합니다. 무엇보다 광고를 붙일 만한 라이브 방송을 늘리려는 넷플릭스와 새로운 시청자를 끌어들여야 하는 WWE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죠. |
|
|
WWE는 올해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프로레슬링 경기를 중계한다. 넷플릭스는 10년 간 50억 달러의 중계료를 지불했지만, 매주 경기가 열리는 걸 고려하면 비싸지 않다는 입장이다. AP 뉴시스 |
|
|
아시다시피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 기반 요금제를 도입했습니다. 매출에서 광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작지만(3% 수준 추정), 광고 수익 자체는 연간 100% 정도로 빠르게 성장 중입니다. 광고를 더 끌어들이려면 정해진 시간에 시청자를 붙잡아놓을 콘텐츠가 더 많이 필요하고요. 그중 핵심이 라이브 스포츠 중계이죠.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사란도스는 지난해 WWE 계약 직후 “이것이 우리의 새롭고 성장하는 광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만약 광고 수익이 예상대로 빠르게 증가한다면, 10년 50억 달러라는 중계권료를 메우고도 남을지도 모르긴 하죠.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구독료를 올리려 들지도 모르고요.) 넷플릭스는 이미 2027, 2031년 FIFA 여자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고요. 올해 말 ESPN과 계약이 끝나는 미국의 포뮬러1 중계권 입찰도 검토 중이란 보도도 있습니다. |
|
|
세서미 스트리트. 56년 역사를 가진 미국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이죠. 지난 5월 넷플릭스가 이 ‘세서미 스트리트’의 배급 계약을 맺었습니다. 새 프로그램은 올해 말부터 공개될 예정인데요. 여기서 주목할 건 왜 세서미 스트리트가 TV 방송사가 아닌 넷플릭스로 넘어갔느냐는 점입니다. |
|
|
미국의 대표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는 비영리 단체인 세서미 워크숍이 제작한다. 10년 동안 미국의 대표 케이블 방송인 HBO에서 방송됐지만 지난해 말 계약이 종료됐다. 미국엔 공영방송 PBS가 있긴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제작을 지원할 여력이 없었다. 지난 5월 넷플릭스가 배급계약을 맺으면서 세서미 스트리트는 다시 제작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PBS를 통해 무료로도 볼 수 있게 됐다. 세서미 스트리트 홈페이지 |
|
|
일단 넷플릭스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추세이긴 합니다. 어린이, 특히 미취학 아동 콘텐츠는 넷플릭스에서 성과가 상당히 좋거든요. 유튜브보단 넷플릭스가 아이들에겐 훨씬 안전한 시청 공간으로 여겨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케이블TV 방송사 HBO가 지난해 말 세서미 스트리트와의 계약을 종료해 버리지 않았다면 기회는 오지 않았겠죠. HBO는 왜 10년 동안 이어온 계약을 끝냈을까요. 바로 HBO 모회사 워너 브러더스의 심각한 경영난(막대한 부채, 줄어드는 광고 수익) 때문입니다. 교육적이지만 썩 돈이 안 되는 어린이 프로그램부터 버린 거죠.
이로 인해 세서미 스트리트를 제작하는 비영리 재단 세서미 워크숍은 문을 닫아야할 위기에 처했는데요. 넷플릭스가 이를 구원해 준 셈입니다. 그것도 넷플릭스에 공개한 당일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 방영할 수 있다는 이례적으로 관대한 조건과 함께요. 다만 넷플릭스가 세서미 워크숍에 주는 제작비는 기존 HBO 계약(연간 3000만~3500만 달러)보다는 적다고 하죠.
달리 보면 미국의 TV 방송 산업의 침몰로 인해 가장 먼저 어린이 프로그램이 밖으로 던져지기 시작했고요. 덕분에 넷플릭스는 이를 비교적 싼 값에 주워 담을 수 있게 된 겁니다. TV의 쇠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좋은 콘텐츠와 기업 홍보 효과를 한꺼번에 얻은 넷플릭스의 성공 사례로 기록됩니다. |
|
|
코드 커팅(cord-cutting). 유료 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죠. TV 방송 없이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만 이용해도 충분하다는 시청자들이 그만큼 늘어난단 뜻인데요.
케이블TV 이용 요금이 비싼 미국에선 일찍부터 나타난 현상입니다. 미국의 유료 TV 가입자 수는 15년 전인 2010년 정점을 찍고 이후 꾸준히 감소해 왔죠. 미국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46%는 기존 유료 방송을 해지한 ‘코드 커터(cord cutters)’, 12%는 그동안 한 번도 유료 방송에 가입한 적 없는 ‘코드 네버(cord nevers)’입니다. |
|
|
한국의 유료 방송 가입자 수는 지난해 통계를 낸 이래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미국보다 유료 방송 이용요금이 저렴한 편이라 코드 커팅이 활발하진 않지만, 가입은 유지한 채 방송을 보지 않는 경우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
|
|
한국에서도 코드 커팅은 현실화했습니다. 2024년 처음으로 유료 방송(IPTV, 종합유선방송, 위성방송 등 포함) 가입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죠(약 2만6000가구 감소). 인터넷만 연결하면 스마트TV로 넷플릭스나 유튜브를 볼 수 있으니, 굳이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에 따로 가입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데요. 아직 유료방송 중에서도 IPTV는 가입자 수가 굳건하지만, 그건 저렴한 결합상품(인터넷+IPTV+휴대폰) 가입이 많기 때문이죠. 비용 부담이 얼마 안 돼 굳이 해지까지 하진 않지만, 실제론 거의 보지 않는 ‘사실상 코드 커팅’이 상당할 겁니다.
역시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인데요.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리드 헤이스팅스 전망대로 자동차가 말을 대체하곤 있는데, 그 자동차 모양이 어째 점점 말과 닮아간단 점입니다. 넷플릭스가 점점 기존 TV방송처럼 되어가고 있죠.
유료 구독에서 광고 수익으로 넷플릭스 성장의 중심축이 옮겨간 결과입니다. 광고를 늘리려면 무조건 시청자가 많은 게 중요한데요. '힘을 줘서 만든 넷플릭스만의 고급 오리지널 콘텐츠'만으론 확장엔 한계가 있습니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자칫 실패할 확률도 있는데다, 시리즈 하나가 끝나면 구독자들이 우르르 빠져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다른 데서 볼 수 있더라도 좀 더 대중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일반 방송 콘텐츠'를 대폭 늘리는 게 더 효과적이죠.
넷플릭스의 이런 방향 전환이 얼마나 성공적일지는 두고 봐야 합니다. 이미 민첩한 경쟁사들이 한 발 앞서 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특히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인도의 ‘지오핫스타(JioHotstar)'. 인도 대표 재벌그룹 릴라이언스가 디즈니와의 플랫폼 합병으로 올해 2월 탄생시킨 이 플랫폼은 불과 6주 만에 구독자 수 1억명을 돌파해 업계를 놀라게 했는데요. |
|
|
지오핫스타는 릴라이언스의 '지오시네마'와 디즈니의 '핫스타' 플랫폼을 통합해 2025년 2월 출범했다. 인도에서 제작된 콘텐츠뿐 아니라 디즈니의 할리우드 콘텐츠까지 풍부하다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
|
|
지오핫스타 인기의 핵심 비결은 인도의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 중계. 올해 3월 인도 크리켓 대표팀이 뉴질랜드팀을 꺾고 우승한 '2025 ICC 챔피언스 트로피’ 결승전은 동시접속자 수가 무려 6120만명(!)에 달했을 정도입니다.
지오핫스타의 기본 구독료는 고작 3개월에 149루피(약 2366원). 한달 800원 꼴이니, 소득이 적은 인도인들도 기꺼이 낼 만한 경쟁력 있는 가격입니다. 게다가 릴라이언스의 이동통신 서비스(지오) 가입자라면 90일 동안은 무료로 체험할 수 있고요. 상당히 영리한 마케팅 전략인데요. 지오핫스타 역시 구독료보다는 광고가 중심인 플랫폼입니다.
어찌 보면 지오핫스타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TV 라이브 방송의 성격이 절묘하게 혼합된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요. 오리지널 콘텐츠에 돈을 쏟아붓고도 넷플릭스와의 경쟁에서 고전 중인 전 세계 여러 OTT 플랫폼과는 다른 방향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지오핫스타는 넷플릭스·유튜브와의 경쟁에서도 살아남을지도 모르겠네요. By.딥다이브 |
|
|
넷플릭스는 한국 방송사와도 TF1과 같은 계약을 맺게 될까요? 아직 정해진 건 아무 것도 없지만, 그런 날이 언젠간 올 수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주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
|
|
5년 전 언론정보대학원 수업에서 교수님이 "넷플릭스가 드라마와 예능 다음엔 스포츠 중계, 결국 생방송 뉴스까지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얘기했던 게 떠오릅니다. "뉴스 자체가 새로움이 끊이지 않는, 상당히 매력적인 콘텐츠"라는 게 그 이유였는데요.
저는 당시 '스포츠 중계는 당연히 할 것 같은데. 과연 저널리즘까지 담으려 할까?'라고 의문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TF1 사례를 보니, 정말 그 길로 가고 있군요.
넷플릭스가 TV를 통째로 삼키면, 그땐 방송국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하다가. 포털에 종속되고 AI에 포위된 신문업계 직원이 걱정할 일은 아니란 생각을 했습니다... 😅
비 피해 없는 편안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저는 다음주에 다시 돌아올게요. 안녕!🌏 |
|
|
Editor. 한애란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읽을 만한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
23년차 기자입니다.
|
|
|
|